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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오이
단 한 번이라도
to.툰드라
글.사사
@mazeinsasa
딸랑-
작은 종소리와 함께 들어서자 점원의 인사가 들려왔다. 스가는 반사적으로 눈인사를 건네며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만나기로 한 사람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카페 안에 있는 여자들이 한 번씩 시선을 던지는 곳, 그곳에 그가 있었으니까.
스가는 평소대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진동벨을 받아 그가 앉아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 쿠션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고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진중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걸 보느라 기다리던 사람이 온 것도 모르는 듯 했다. 스가는 그런 모습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이고 맞은편의 의자를 빼서 앉았다.
"오이카와."
"...어? 언제 왔어?"
폰을 보느라 인지하는게 조금 느렸던 그, 오이카와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스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카페 내부를 훑어봤다. 힐끔힐끔 오이카와를 훔쳐보던 여자들은 자연스레 스가도 한 번 살피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여자였는지가 궁금했던 듯 했다. 스가는 익숙한 일에 짧게 한숨을 뱉고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무슨 일로 불렀어?"
"딱히 일이 있어야 보나, 우리 사이에."
고등학교 때도 종종 보던 매끄러운 웃음으로 씩 웃는 걸 보고 스가가 어이 없다는 듯 웃었다.
"우리가 무슨 사인데?"
사실 오이카와와 스가와라의 사이가 정의될 만한 단어는 몇 가지 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단어를 찾자면 대학 동기 정도? 그마저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사실 특기생으로 간다고 하면 오이카와는 지금의 대학보다 훨씬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이카와는 스가가 지원한 학교를 선택했다. 물론 전공은 달랐지만, 오이카와가 먼저 스가를 찾아왔다.
ㅡ안녕?
ㅡ....오이카와? 네가 여기에 왜.. 친구 만나러 온 거야?
ㅡ나 이 학교 학생인데.
ㅡ...여기?
의외의 선택이긴 했지만 대학은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거니까 스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문제는 오이카와와 마주치는 일이 많다는 거였다. 자주 마주치다보니 밥을 같이 먹거나, 같이 공부를 하거나 하는 등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연락처도 교환하고 약속을 아예 잡고 만나는 일도 생겼다. 물론 스가가 먼저 제안하는 일보다는 오이카와가 먼저 제안하는 약속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카페에서 보게 된 것도 오이카와가 먼저 보자고 한 약속이었다.
"친구잖아, 친구."
스가의 질문에 오이카와가 웃으며 대답했다. 실없는 대답은. 스가는 고개를 내저어 보이고 마침 울리는 진동벨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가가 돌아서는 것을 보고서야 오이카와는 입술을 쭉 내밀고서 반쯤 비운 컵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이카와가 대학을 선택한 기준은 오로지 스가였다. 대왕님이라고 부르는 히나타를 통해 스가가 지원한 학교를 슬쩍 알아낸 오이카와는 바로 같은 대학에 지원했고, 결국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단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스가가 아메리카노를 점원에게 건네받는 것을 지켜보며 오이카와가 중얼거렸다. 오이카와가 스가의 공강시간을 알아내서 찾아다닌 것은 스가는 모르는 그만의 비밀이었다. 오이카와는 그만큼 스가와 어떻게든 친해지고 싶었고, 아무 이유 없이도 만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고 싶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친구라고 말할 때마다 괜스레 기분이 나쁘곤 했다.
'친구' 말고 다른.. 더 적합한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었으나, 그 적합한 무언가를 오이카와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뭐해?"
어느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스가가 의아한 표정으로 오이카와를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오이카와는 고개를 젓고 빨대를 입에 물었다. 스가는 말을 얼버무리는 그 모습을 보며 뭐가 또 불만인가 싶어 가만 바라보다가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셨다. 그러다 최근에 후배에게 연락받은 내용이 떠올랐다.
"아, 맞다. 카게야마가 여기로 진학하겠다고 하던데, 들었어?"
"어엉? 카게야마?"
그 놈 이야기가 왜 나와?! 오이카와는 기분 나쁜 듯 빨대를 이로 잘근잘근 깨물었다. 마음에 안든다는 표현이었다. 스가는 그 표정을 슬쩍 보고는 말을 이었다.
"오이카와랑 똑같이 배구 전공으로 진학, 알아보고 있다고 했는데... 못 들었어?"
특기생 추천 루트로 입학하려면 당연히 같은 절차를 밟았던 오이카와에게 연락을 했을 거라 생각했던 스가였기 때문에 연락을 전혀 받지 못한듯한 오이카와의 반응이 오히려 의외였다.
"오이카와상은 그런 이야기 못 들었어."
"오이카와한테 제일 먼저 연락할 줄 알았는데?"
체육교육 전공으로 진학한 스가보다야 배구 전공으로 진학한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진학에는 더 도움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카게야마가 무언가를 배우는 데에 있어서 사람을 가리는 것도 아닌지라 스가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 움직였다.
제 앞에 있으면서도 카게야마 이야기만 하는 모습에 오이카와는 기분 나쁘다는 듯 표정을 구겼다.
"카게야마 이야기는 그만 하지. 그 이야기 하려고 만난 것도 아닌데."
"...? 그럼 뭐하려고 만났는데?"
"스가랑 나, 우리 이야기."
오이카와의 말에 스가가 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랑 오이카와? 우리에 관해 할 이야기가 뭐가 있는데? 오이카와가 한 말 그대로 되묻는 스가의 질문에 오이카와는 말문이 막힌 듯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삐졌다고 이마에 쓰인 것마냥 티가 나는 표정에 스가는 한숨을 쉬고 빨대로 컵을 휘저었다. 얼음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둘 사이를 채웠다.
"스가는 걔가 좋아?"
"응? 카게야마 말하는 거야?"
후배인데 당연히 아끼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들어주는 건 당연한 거야. 스가는 정론에 가까운 대답을 내놓았다. 오이카와는 마음에 안든다는 듯 다시 입술을 삐죽였다. 같은 학교에 같은 배구부에서 활동한데다가 같은 포지션이었다는 것으로 형성되는 동질감과 유대감이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오이카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같은 포지션으로써 경쟁상대였다면 그것은 한없이 약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오이카와가 알기론 스가와 카게야마는 유대감이 강한 편이었다.
그래서 그 카게야마가 스가에게 연락을 한 거겠지. 오이카와는 불만스레 빨대로 컵 안을 쑤시다가 툭 말을 던졌다.
"그럼 나는? 오이카와상이 스가에게 도움 요청하면 들어줄거야?"
"...? 과제는 스스로 해야지."
"이... 이..! "
멍청이! 과제 이야기 하는 거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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